[기고] 운동권 정당을 벗어나야 집권한다. 그렇다면 집권은 뭐하러 하지? 天安門


운동권 정당을 벗어나야 집권한다.

그렇다면 집권은 뭐하러 하지?


아담 셰보르스키라는 학자가 25년 전 사민주의 정당이 처한 선거의 딜레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했다.

“그들은 계급에 대한 강조와 국민에 대한 호소 사이에서 뒤로 가거나 앞으로 갈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그들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딜레마에 부딪쳤을 때 하던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들은 한탄하고 후회하며 그들의 전략을 바꾼다. 그리고 또 다시 한탄하고 후회한다.”


마치 현 시기의 진보대통합에 대한 묘사처럼 들리는 구절이다. 권영길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15표 차로 부결시킨 9월 25일 당대회에서 “김주익이 목 매 죽고, 농민 전용철이 맞아 죽고, 허세욱이 불타 죽는 일이 언제였습니까? 용서할 수는 있어도 잊을 수는 없습니다”라며 국참당과의 통합에 반대했지만, 바로 다음날인 9월 26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부결됐지만 참여당은 2012 승리의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할 동지입니다”라고 썼다.

선거에서 다수당은 되고 싶고, 신자유주의자들과 함께하면 핵심지지층이 분열할 것 같고. 그런데 대체 선거에서 다수당은 왜 되고 싶어 할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다수당이 될 수 있을까? 심상정이 말한 것처럼 자본주의사회에서 집권하고 싶으면 “운동권 정당을 벗어나야 한다.” 맞다. 집권하려면 더 이상 운동할 필요 없이 민주당처럼 되면 된다. 전 진보신당 부대표 박용진이 노골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부결, 그리고 부결
그러나 다시 민주대연합으로 전진!

진보신당 9·4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이 54.1%의 지지로 부결되었고, 민주노동당 역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의제로 한 9월 25일 당대회를 열었으나 가결에 15표가 모자란 숫자로 통합이 부결되었다.

양대 진보정당에서 두 번의 부결이 있었다. 그러나 두 번의 부결 모두에서 과반이 넘는 수가 가결을 찬성했다. 진보신당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았고, 민주노동당에서는 국참당과의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이 2/3가까이 되었다. 이것을 전체적으로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바라는 당원들이 2/3 이상인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바라는 진보신당 당원이 과반이 넘는다.”

양당 모두 다수파가 패배했으니, 다수파의 반격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9월 8일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는 ‘진보통합연대’를 결성했다. 노회찬과 심상정은 9월 23일 진보신당을 탈당했고, 조승수의 탈당 역시 멀지 않았다. 진보신당은 그야말로 사분오열이다. 민주노동당 역시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내분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국참당과의 통합을 거침없이 밀어붙여 왔던 당권파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며, 인신공격성 극한 언사까지 동원하여 국참당 통합에 반대한 비당권파를 비난하고 있다.

양당에서의 두 번의 부결에도 불구하고, 진보대연합과 민주대연합은 다시 패권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어차피 노회찬 역시 “국민참여당 문제는 양당 통합이후에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 아니었는가? 심상정 역시 국민참여당을 아우르는 ‘진보정당’ 건설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혀오지 않았는가? 민주대연합을 통해 신자유주의세력과 한 몸이 되어가는 것을 둘러싼 이들의 분란은 단지 속도와 시점의 차이일 뿐이다. 양당이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다는 것은 그 표현일 뿐이다.



수권정당의 미래는 노동운동의 무덤!

영국 노동당, 독일 사민당, 그리스 사회당... 이들의 공통점은 노동자의 이름을 걸고 노동자 때려잡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민당은 신자유주의를 선봉에서 받아들였고, 그리스 사회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정리해고와 복지삭감에 총파업으로 맞서는 그리스 노동자들을 때려잡고 있다. 자본가들은 편하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집권한 세력들이 스스로 나서서 노동자 때려잡는데 앞장서고 있으니 말이다.

모든 상황이 그대로라면, 우리에게도 이런 미래가 멀지 않았다. 진보대통합의 미래는 민주대연합이며, 민주대연합의 미래는 민주연립정부다. 그리고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는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의 무덤이 될 것이다.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일을 중단하라!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20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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