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는 7000억달러를 추가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AIG 문제등등에 5000억 달러를 투입했으니, 1조 2천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전한 금융상품, 그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 마저도 흔들린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건, 월스트리트 저널이건, 뉴욕 타임스건, 모두 시장의 실패라고,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미국 자본주의는 다른 항로로 들어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량살상무기(WMD) 로서의 파생금융상품의 해악, 핵겨울이 닥친다, 실물 경제의 위기는 이제부터다, 등등. 5대 투자은행 중에 2개만 독자적으로 생존한 상황이니, 자본가들 등골이 오싹하지 않을 수 없겠지.
지금 인류 최악의 교조주의자들인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법인세를 감면하면 결국 투자가 늘어나 고용이 증대되고 수요까지 창출된다고 주장하던 공급측면 경제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스탈린주의자 저리가라하는 용감무쌍한 교조주의자들이니 만큼 이론이 틀린 것이 아니라 현실이 틀렸다고 생각할까. 시장논리에 따라 망한 기업은 퇴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것은 이들이 비겁하기 때문일까, 언론이 보도하지 않기 때문일까. 또 자본주의의 전위들, 금융자본의 총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슨 상품을 만들어 어떻게 이윤을 내건 그건 시장논리에 따른 자유라고 주장하던 이들이, 하루 아침에 '리만 형제들'이 망하고, 메릴린치가 BOA에게 팔리고, AIG에 구제금융이 투입된 사실에 대해서 뭐라고 할까.
무수한 대출채권들의 무수한 조각들로의 쪼갬, 그 대출채권의 무수한 조각들을 다시 합성해 만든 파생증권을 통한 리스크의 분산. 다시 그 증권을 보증하는 증권의 생산. 그리고 그 증권을 보장하는 회사의 채무 불이행 위험에 대한 거래.
무수한 수수료, 무수한 차익, 무수한 팽창들. 그리고, 조금씩 그림자를 드리우다 급기야 드러나는 시스템의 위기.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자본의 관성.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국유화하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붕괴한다는 것. 그렇게 시장을 유지하는 것이 체제의 본질이라는 것이 극명하게 폭로되는 상황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시스템의 붕괴를 막지 못했을 때에 누군가는, especially 軍은 체제를 포맷하고 다시 시스템을 이식하기 위해 총칼을 들고 리셋 키를 누르려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것에 저항할 것이라는 것.
체제의 위기 - 국가개입 - 국가형태변화 - 체제의 안정 - 다시 위기 -...
끊임없는 원환의 폐쇄회로 속에서 200년간 맴돌았던 좌파의 역사를 끝장내야 할 터이다. 조선일보가 장하준의 글을 심심치않게 싣고(물론 그의 재벌옹호와 맞물리는 이해가 있겠지만), 노무현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나서는 희극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좌파의 실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런 저런 생각들은 조직의 문제로 돌아오고, 강령과 전술의 문제로 돌아온다. 체제의 위기 속에서 사민당들은 자본주의의 '건전한' 회생을 염원하는 케인지안들의 왼쪽 날개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고, 케인즈주의니, 사민주의니 하는 체제가 단 한번도 존재한 적 없는 남한 땅에서 진보정당들은 지금보다 더 무기력한 존재가 될 공산이 다분하다. 근 10년을 민주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민주노동당도, 무지개 사회주의니 어쩌니하더니, 그 간판스타가 민주당 후보와 뻔뻔한 선거공조를 한 진보신당도 말이다. 사회주의에 대한 논쟁과 조직이 진실로 필요한 상황, 그러나 대공업적 전술개입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 좌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촛불의 힘마저 사그라든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대중행동강령을 어떻게 문서가 아닌 투쟁으로 만들 것인가.
일단 내가 발딛고 있는 공간에서부터 고민해야겠다. 어쨌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교훈이란,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실천의 칼로 그것을 단번에 자르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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